거룩 (קָדוֹשׁ, 카도쉬)
거룩 (קָדוֹשׁ, 카도쉬)
[도입]
우리는 종종 '거룩'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죄가 없는' 또는 '도덕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연약함과 실패를 보며 "나는 결코 거룩해질 수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거룩함을 세상과 분리된 금욕적인 삶으로만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거룩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역동적입니다.
[대표구절]
레위기 19:2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 이 구절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그의 백성의 거룩함의 근거와 모델이 됨을 보여줍니다.
이사야 6:3 "서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 하더라"
-이사야의 환상에서 스랍들이 반복적으로 선포하는 이 구절은 하나님의 본질적 속성으로서의 거룩함을 강조합니다.
베드로전서 1:15-16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
-이 구절은 레위기 19:2를 인용하며, 거룩함이 단순한 의식적 순결이 아닌 전인격적인 삶의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의미]
거룩은 히브리어로 '카도쉬'(קָדוֹשׁ, 카도쉬)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동사 '카다쉬'(קָדַשׁ)에서 파생되었으며, 기본적으로 '구별하다' 또는 '따로 세우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카도쉬'는 본질적으로 '구별됨' 또는 '분리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순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위해 따로 구별되었다는 개념입니다. 거룩함의 핵심은 '다름'(otherness)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그분이 피조물과 전적으로 다르며,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에서 거룩함의 개념은 세 가지 주요 차원을 가집니다.
1) 의식적(ritual) 거룩함으로, 이는 특별히 성별된 물건, 장소, 시간 등을 가리킵니다. 성전, 제사 도구, 안식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2) 도덕적(moral) 거룩함으로, 이는 죄로부터의 분리와 윤리적 순결을 의미합니다.
3) 존재론적(ontological) 거룩함으로, 이는 하나님의 본질적 속성으로서의 거룩함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그분의 모든 속성을 아우르는 총체적 특성입니다. 이는 단순히 그분의 도덕적 순결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분의 초월적 위엄, 절대적 주권, 완전한 공의, 놀라운 사랑 등 모든 속성의 탁월함을 포함합니다.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이를 '누멘적 경험'(numinous experience)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두려움과 매혹이 동시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경험입니다.
인간의 거룩함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에서 파생됩니다. 레위기 19:2에서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우리 거룩함의 근거이자 모델입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합니다: 지위적(positional) 거룩함과 진행적(progressive) 거룩함입니다.
지위적 거룩함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이미 받은 거룩한 신분을 의미합니다. 고린도전서 1:2은 신자들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고 묘사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어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거룩한 존재로 인정받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진행적 거룩함은 성령의 능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의 생각, 감정, 의지, 행동이 점차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을 포함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4:3에서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고 말씀하는 것처럼, 이것이 신자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입니다.
거룩함은 단순한 세상과의 분리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구별된 삶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시며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셨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거룩함은 단절이 아니라 변혁을 목표로 합니다.
찰스 스펄전
"거룩함은 구원의 가시적 측면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행복은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노예 상태가 아니라 자유입니다." (설교집, Metropolitan Tabernacle Pulpit, 1876년)
J.C. 라일
"거룩함은 행복입니다. 거룩함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회심 없이, 성화 없이, 세상에 대한 승리 없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끔찍하게 속고 있습니다." (거룩함, Holiness, 1879년)
A.W. 토저
"거룩함의 본질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이 말하는 거룩함에 도달하려면, 그리스도처럼 생각하고, 그리스도처럼 느끼고, 그리스도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거룩한 자를 추구하며, The Pursuit of the Holy, 1955년)
[묵상]
1. 거룩함이 단순한 '금지 목록'이나 세상과의 분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목적을 위해 '구별됨'이라는 관점에서, 내 삶의 거룩함은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일터, 가정, 학교에서 어떻게 구별된 삶을 살 수 있을까?
2. 거룩함이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이라면, 나의 어떤 성품과in 행동 패턴이 더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변화되어야 할까? 특별히 집중해서 성장하고 싶은 영역 한 가지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노력해 보자.